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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6 17:24:48, 조회 : 7,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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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기백을 지켰습니다”
입력: 2005년 07월 15일 08:25:20
“독립군가를 녹음하다 간첩으로 오인 받아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독립군 남편 유지따라 '잊혀진 가락' 채록
광복 60년 맞아 CD. 악보 출간 '보람' 완성"
독립군가 발굴과 보존에 평생을 보낸 곽영숙 여사(82)는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독립군가보존회’가 지난 5월 말 출시한 독립군가 CD를 지인들에게 소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최근 보훈처에서도 인기가수들이 부르는 독립군가 음반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기쁘다”며 독립군가 발굴과 보존에 나서게 된 배경을 말했다.
독립군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고향인 충남 연기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1946년, 후일 남편이 된 박노일씨(76년 작고)를 만나고부터다. 중국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귀국한 박씨와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압록강 행진곡’이란 독립군가를 들은 곽여사는 노래에 담긴 기백에 압도당했다.
또 1974년 1월 일본 총리 다나카의 망언 당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집회에 참가하면서 독립군가에 대한 애착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당시 일본 규탄집회에서 독립군가를 제창했는데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독립군가를 보존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잊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곽씨는 남편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독립군을 만나 그들이 기억하는 노래를 녹취한 뒤 오선지에 옮겨 그리는 작업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노래’를 수집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려 여러 차례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순안공항에서 독립군가를 틀 정도로 북한에서는 독립군가의 인기가 높다”며 “그런 노래를 녹음하고 다녔으니 70년대 정치상황에서 우리 부부가 이상해 보인 것도 당연하다”고 회상했다. 곽여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홀로 작업을 했으며 지금까지 90여곡을 발굴, 악보집과 녹음테이프를 발행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2003년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압록강 행진곡’이 실렸다.
곽씨는 “독립군가 보존은 역사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퇴색해가는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후손들에게 애국애족 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라도 독립군가가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은기자 d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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