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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으로 피워낸 혈죽(血竹), 민영환을 말하다
관리자  2015-01-14 14:22:09, 조회 : 1,011, 추천 : 99

포은(圃隱) 정몽주 절개가 선죽(善竹)을 키웠다면,
충정공(忠正公) 민영환 지조는 혈죽으로 피어났다.
맺힌 한과 나라사랑을 위한 심정이 얼마나 지고지순하였기에
순절한 곳에 대나무가 자라났단 말인가?




-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하다

  을사늑약 이후 열강으로부터 독점적인 지배를 인정받은 일제는
대한제국을 ‘국제미아’로 고립시켰다.
선각자들은 빼앗긴 외교권을 찾기 위해 울분을 토하기 시작하였다.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어디에다 호소해야 한단 말인가?
민영환선생은 점점 기울어져 가는 나라의 운명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만 답답할 뿐 달리 해결할 묘안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난 후 울분으로 타오르는 가슴을 말없이 달래며 며칠을 보냈다.
자신의 힘으로는 이미 기울어진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에 역부족임을 절감하여
중대한 결심을 하였다.
비장한 각오는 바로 자결 순국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심정은 너무나 착잡했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괴로운 심정으로 이천만 동포와 해외공관장, 그리고 고종황제께 드리는 유서를 썼다.
평소 지니고 있던 명함에 깨알 같은 글씨로 유서를 쓴 뒤
간직하고 있던 단도를 꺼내어 할복하였다.
그러나 목숨이 끊어지지 않자 다시 목을 찔러 순절하였다.
이때가 1905년 11월 30일 오전 6시, 나이 45세였다.

  순국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삽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에 몰려와
“나라의 기둥이 쓰러지고 큰 별이 떨어졌다”며 통곡하였다.
이후 뒤를 따라 뜻있는 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 민영환, 혈죽으로 부활하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국으로 1년이 지나갔다.
부인은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 무료한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7월 어느 날 유품을 보관해 두었던 방에 환기라도 시킬까 하고 문을 열었다.
깜짝 놀랄 사건이 일어났다.
난데없이 방한가운데에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까닭일까?
유서에 남긴 유언처럼 ‘영환은 죽어도 혼(魂)은 죽지 않는다’라고 한 말이
결코 헛되지 않았단 말인가.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의 민속신앙에도 대나무를 신간(神竿)이라 하여 신이 여기에 강림한다고 믿었다.
사철 푸르고 곧게 자란다하여 대쪽 같은 절개를 소중히 여긴다.
어쩌면 유품을 보관했던 방에서 자란 대나무에
그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대나무는 오래 가지 못하였다.
그의 방에서 대나무가 자라났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겨 슬픔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대나무가 선생이 순절할 때 흘린 피의 대가로 얻어진 것’이라 하여
‘혈죽’이라 부르며 용기를 갖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이 혈죽에 어떤 믿음을 갖고 합심 단결하여 독립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당황한 일본군은 혈죽을 뽑아버렸다.
그러나 그의 순국은 사람들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혈죽 또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주는 원동력이 되어 후일 독립운동의 초석이 되었다.


                                                                          월간 독립기념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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